정보의 입력(부호화) : 뇌가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의 변환 과정

정보의 입력 부호화는 외부로부터 받은 정보를 뇌가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감각 정보를 기호, 이미지, 소리와 같은 심리적 표현으로 변환시키고,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의 전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학습과 기억에서 인코딩 과정을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정보를 의미 있고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고, 인지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1. 주의의 역할

강의를 들을 때 출석은 했지만 선생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즉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강의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기억하려면 그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1) 주의의 선택성

당신이 어떤 모임에 참석해서 큰 연회장에 서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 주위에 서서 다양한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프로야구에 대해, 또 다른 사람들은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최근에 나온 영화의 특수촬영기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하는 대화를 모두 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 대화를 듣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칵테일파티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는 주위의 수많은 자극과 정보들 중에서 어떤 것은 선택해서 처리하는 데 이를 선택적 주의라고 합니다.

이런 선택적 주의는 일상생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퇴근길의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지하철이 달리면서 내는 덜컹거리는 소리, 옆에 앉은 사람이 씹고 있는 껌의 달콤한 냄새, 허기가 져서 꼬르륵대는 위의 느낌, 일요일에 있을 회사 야유회 등등의 물리적 자극과 생각들 속에서도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주위의 모든 자극들에 대해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극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2) 초기선택과 후기선택

인간의 주의는 수많은 자극들 중에 몇 가지만을 골라내어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흔히 여과기에 비유됩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한 가지 의문은 과연 인간의 정보처리체계에서 이 여과기의 위치는 어디일까 하는 점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입력되는 자극정보들이 초기의 감각입력단계에서부터 선별되는지 아니면 나중에 뇌가 입력정보의 의미나 중요성을 처리한 후에 선별되는지에 따라 초기선택모형과 후기선택모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Broadbent는 초기선택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두 개의 녹음된 메시지를 헤드폰을 통해 동시에 들려주었습니다. 피험자들에게 녹음내용을 들려주는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양이청취조건에서는 피험자들의 왼쪽과 오른쪽 귀에 각각 두 가지 메시지를 들려주었고, 양분청취조건에서는 각각의 한쪽 귀에는 한 가지 메시지만을 들려주고, 그중 어느 한 가지 메시지의 내용만을 기억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실험결과, 양이조건의 피험자들에 비해 양분조건의 피험자들이 과제를 더 잘 수행하였습니다.

이처럼 동시적인 입력이 감각수용단계에서 분리가 되면 한 가지 입력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입력정보는 여과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Broadbent는 자극입력은 초기에 선택된다고 생각했습니다. 

 

Broadbent의 모델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모델은 앞에서 설명했던 칵테일파티 현상을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다시 한번 당신이 수많은 대화들이 오가는 혼잡한 연회장에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은 지금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는 여과시켜 버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연회장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언급하였다면 당신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는데도 자기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만약 선택이 초기에 일어나는 것이라면 차단시키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대호 속에서 자기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이런 여과과정은 입력정보의 의미에 기초에서 이루어지는 후기선택모형으로 설명합니다.

Deutsch와 Norman 등에 따르면 모든 입력정보들이 등록은 되지만 입력정보의 의미에 따라 어떤 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어떤 것은 기억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기 이름이나 좋아하는 주제 또는 흥미진진한 뒷이야기와 같은 정보들은 듣고 있지 않던 대화 속에 나오더라도 선택됩니다. 그러나 주의선택을 하는 위치가 주의여과기의 초기나 후기에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런 융통성 있는 주의모델 중 하나가 바로 Kahneman의 주의용량이론입니다.

그는 주의를 집중하는 데는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제한된 주의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행과 같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주의용량이 필요하고 컴퓨터 게임과 같은 통제된 과정들은 제한되어 있는 주의용량 중의 많은 부분을 필요로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주의용량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의미를 더 많이 처리할 수 있고 입력정보의 선택은 나중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정보의 입력(부호화)

 

2. 처리수준

주의가 기억의 부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입력되는 자극의 모든 측면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론가들은 이러한 자극정보의 질적 차이가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이라고 합니다.

Craik와 Lockhart는 부호화의 유형에 따라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혹은 망각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그들은 입력되는 정보가 서로 다른 수준에서 처리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언어적 정보를 처리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Craik와 Lockhart에 따르면 언어적 정보는 구조적, 음운적, 의미적 부호화라는 보다 깊은 수준으로 처리됩니다. 

구조적 부호화는 자극의 물리적 특성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얕은 처리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구조적 부호화란 단어가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 혹은 몇 글자인지와 같은 것입니다.

음운적 부호화는 단어의 발음을 강조하는 부호화입니다. 단어를 말할 때 발음을 어떻게 하는가와 같은 부호화입니다.

의미적 부호화는 언어적 입력정보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의미적 부호화는 단어가 나타내는 대상과 활동에 대한 사고를 수반합니다.

 

결국 처리 수준이론은 처리 수준이 깊어질수록 기억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주장합니다. 

처리 수준이론은 여러 연구들에 의해 반복해서 검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처리 수준모델의 약점은 도대체 처리의 수준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어떤 처리 수준이 다른 처리 수준보다 더 깊은 수준이라고 말할 때, 그 수준의 깊이를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3. 다양한 부호화

구조적, 음운적, 의미적 부호화 이외에도 기억부호를 형성하는 다른 부호화들이 있습니다.

(1) 정교화

정교화란 어떤 자극을 부호화할 때 다른 정보와 연결 짓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각혐오에 대해 배우고 있는 학생이 자기 자신도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려 부가적인 정보를 함께 연결지음으로써 기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 시각적 심상화

기억하려는 단어를 나타내주는 시각적인 이미지도 부호화를 풍부하게 해 줍니다.

그렇지만 의자나 책상 같은 구체적인 물체를 가리키는 심상을 만들기는 쉽지만 진실이나 정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적절한 심상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Paivio는 추상적 개념보다 구체적 대상에 대한 심상을 형성하기가 더 쉬우며, 이러한 심상형성의 용이성이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Paivio에 따르면 심상이 또 다른 기억부호를 제공하는 것이며, 두 가지 부호가 한 가지 부호보다는 회상률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심상은 기억을 촉진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중부호화 이론으로 불리는 그의 이론은 결국 기억은 의미적 부호와 시각적 부호화는 각각 회상될 수 있는 두 가지 부호를 형성함으로써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공부하는 주제에 대해 의미적 정보 외에 생생한 시각적 정보가 주어질 때, 즉 이중적인 기억부호화가 이루어질 때 학습이 더 잘 이루어집니다.

시청각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3) 자기 참조적 부호화

기억할 내용을 개인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만드는 것도 부호화를 풍부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참조적 부호화란 정보가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인지 혹은 자신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을 수반하는 부호화입니다. 

Rogers, Kuiper와 Kirker는 피험자들에게 구조, 음운, 의미, 자기 참조적 부호화를 이용한 경우에 단어를 가장 잘 회상하였음을 보고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자기 참조적 부호화가 또 하나의 강력한 부호화 방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보의 입력, 부호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공유한 심리학적 지식이 여러분이 자신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