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저장은 부호화된 정보를 단기 기억 또는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과정입니다. 단기 기억은 용량과 기간이 제한적이며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장기 기억은 용량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시간에 따른 정보 저장이 가능하며 이는 지식, 경험, 기술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포함합니다. 반복학습, 의미연결, 체계적인 정리 등의 전략을 통해 정보의 효율적인 저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기억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초기 그리스 철학자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억을 밀랍판에 비유했습니다. 그들은 기억이란 밀랍판에 도장을 찍듯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 것과 같고, 밀랍판에 생긴 흔적이 오래 지속될수록 기억은 손상되지 않고 계속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정보이론의 발달과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에 뒤이은 현대의 기억이론은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에 의한 정보처리 및 저장과정에 비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정보처리이론을 지지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적 모델은 Atkinson과 Shiffrin의 기억모형입니다. 이들의 기억모형에 따르면 정보가 입력되면 감각과 단기저장고라는 두 가지 임ㅇ시 저장고를 거쳐서 장기저장고로 전이됩니다.
1. 감각기억
손을 눈에서 30cm 정도 떨어진 곳에 들고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자신의 손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는 더 이상 감각자극이 없는 경우에도 짧은 시간 동안 시각적 패턴이나 소리, 감촉 등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감각 정보를 지지하는 것을 감각기억이라고 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조그만 손전등을 가지고 큰 원을 그리면서 빨리 움직여보세요. 전등불빛이 몇몇 지점에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밝게 빛나는 연속적인 원을 그리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실제 전등불빛이 아니라 그 잔상을 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잔상은 시각적인 감각기억의 존재를 시사합니다.
Sperling은 피험자들에게 1/20초라는 짧은 순간 동안 세 줄로 된 철자들을 스크린에 비추어 제시하였습니다.
철자를 제시한 직후에 소리를 들려주어 그 소리가 고음, 중음, 저음인가에 따라 각각 첫째 열, 둘째 열, 셋째 열의 철자들을 보고하도록 하였습니다.
피험자들은 신호음이 들리기 전에는 어느 철장 열을 보고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 보고하려면 그들이 순간적으로 본 기억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피험자들은 신호음이 들린 직후에는 정확하게 보고하였으나 자극제시 후 신호음이 들리는 시간이 지연될수록 보고의 정확성이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감각기억은 순간적으로 촬영된 사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영사기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 단기기억
감각기억이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의 기억이라면 단기기억은 20초에서 30초 가까이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제한된 능력의 기억저장고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114에 전화를 한 경우, 안내원이 알려준 전화번호를 다 누를 때까지 계속 중얼거려야만 안내받은 전화번호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획득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거나 말로 되뇌는 과정을 시연이라고 하는데, 입력된 정보는 이 시연과정을 거칠 경우 30초 이상 기억에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에서 사용하는 부호화 중 하나는 음운적 부호화입니다.
Conrad는 QPLHSX와 같은 여섯 개의 철자로 된 목록을 3/4초마다 하나씩 들려주고 피험자에게 그들이 들은 철자를 기억해서 쓰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철자 간의 음운적인 유사성이 클수록 더 쉽게 혼돈을 일으켰습니다.
즉 B라는 철자가 제시되었을 때 피험자들은 B와 유사한 소리로 발음되는 P나 V를 쓰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B와 소리의 유사성이 없는 F를 쓰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습니다.
철자들을 시각적으로 제시한 후속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는데 이런 결과는 단기기억에서 기억될 항목들의 음운적 특성들이 부호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1) 단기기억의 지속성
단기기억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며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까요?
Peterson의 연구에 따르면 시연을 하지 않으면 단기기억의 정보는 시간경과에 따라 급속하게 소멸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피험자에게 시연을 못하게 한 다음 MVK와 같은 세 자음을 제시하고 곧 이어서 491과 같은 숫자를 들려준 후 회상을 시작하라는 불빛신호가 제시될 때까지 그 숫자를 3씩 빼면서 거꾸로 세도록 하였습니다.
피험자들이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한 3,6,9,12,15,18초 후에 각각 회상검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피험자들이 보여주는 철자의 회상률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떨어집니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친숙하지 않은 기억재료를 시연할 수 없을 때 그 기억재료는 단기기억에 급속하게 사라진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시연 없이 정보가 단기기억에 최대한 지속될 수 있는 시간을 대략 20~30초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2) 단기기억의 용량
단기기억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기억할 수 있는 정보 항목의 수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단기기억의 저장용량을 지적한 Miller는 그의 유명한 논문 [마법의 수 7±2]에서 사람들은 친숙하지 않은 재료를 기억하도록 하는 과제에서 대략 7개 정도의 항목들만을 회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극들을 좀 더 크고 고차원적인 단위로 조합함을 써 단기기억의 용량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친숙한 자극들의 집단이 하나의 단일한 단위로 저장된 것을 군 단위라고 합니다.
자극들을 더 큰 단위로 조합하는 군 단위 형성의 개념이 언어적인 재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 단위 형성은 공간적인 정보의 기억에도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숙련된 전기기술자는 상당히 복잡하게 그려진 회로도면도 기억할 수 있는데, 이것은 그들이 그 도면을 의미 있는 군 단위로 나누어서 보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장기나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도 군 단위 형성을 통해 기억하는 것입니다.
(3) 작업기억
단기기억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면서 단기기억이 처음에 심리학자들이 가정했던 것처럼 시연을 하는 단순한 임시저장고가 아니며, 음운적 부호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단기기억을 작업기억이라는 좀 더 복잡한 모형으로 제안한 심리학자가 바로 Baddeley입니다.
Baddeley에 따르면 작용기억은 음운적 시연고리, 시공간적 잡기장, 중앙실행통제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되어 있습니다.
음운적 시연고리란 기존의 단기기억모형에서처럼 전화번호를 잠깐 기억하기 위해 그 번호를 되뇌고 있을 때 작용하는 구성요소입니다.
두 번째 요소인 시공간적 잡기장이란 사람들이 시각적 심상들을 일시적으로 유지하고 조작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방 정리를 할 때 자신의 방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 방에 있는 가구들을 머릿속에서 재배치해보는 경우에 이 요소가 작용합니다.
세 번째로 중앙실행통제란 새 차를 구입하기 전에 차 구입의 이해득실을 가늠해 볼 때 작용하는 요소로서 추리와 의사결정에 관여합니다.
단기간 지속되고 작은 기억용량을 가진 기억이라는 단기기억에 대한 최초의 정의가 여전히 작용기억의 개념에도 들어 있지만, Baddeley의 모형은 단기기억이 수동적이고 임시적이며 제한된 기억저장고라는 기존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기능을 하며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과정들에 의존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저장은 깊고도 넓어, 항상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이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했길 바라며, 계속해서탐구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음 만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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