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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망각 : 우리 뇌의 정보처리 과정의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

by 아잉꾹 2024. 4. 8.

망각은 정보나 경험을 잃어가는 기억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시간과 기억의 갈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과정은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새로운 학습에 집중하며 기억의 효율성을 놓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망각은 우리 뇌에서 정보처리 과정의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왜 망각이 일어나는 걸까요? 중요한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답이 생각나지 않는 답답한 경우를 당해본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보았을 것입니다. 망각은 부호화, 저장, 인출과정의 결함 혹은 그런 결함들의 조합에 의해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의 성질이 복잡한 만큼 망각의 원인에 대한 간단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망각
망각

 

1. Ebbinghaus의 망각곡선

망각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인물은 Ebbinghaus였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피험자가 되어 이전학습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의미 없는 기억 재료를 가지고 연구하였습니다. 그가 사용한 기억재료를 무의미 철자라고 합니다. 무의미 철자란 BAF, XOF, VIR, MEQ와 같이 단어가 되는 않는 자음-모음-자음의 배열을 말합니다. Ebbinghaus는 이 철자목록을 이용해서 자신의 기억을 검사했는데, 시간경과에 따른 파지와 망각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바로 망각곡선입니다.

철자를 외운 지 9시간 후에는 외운 철자들의 60%를 잊어버렸는데 그는 이러한 망각곡선의 급격한 기울기로 미루어볼 때 망각은 무엇을 학습한 후  매우 빨리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연구들을 보면 망각이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무의미 철자와는 달리 문장이나 시구와 같이 의미 있는 내용을 기억하는 경우에는 망각곡선이 그렇게 급격한 기울기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망각을 측정하는 다른 방법들도 있습니다.

2. 망각의 척도

기억하고 있는 기억재료의 비율을 파지라고 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 파지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망각의 척도로 삼고 있습니다. 망각을 측정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회상입니다. 회상이라 피험자들로 하여금 기억하고 있는 정보를 어떤 단서 없이 생각해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5개의 단어를 외우게 한 후, 빈 종이에 기억하고 있는 단어를 모두 적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무엇 무엇에 관해 논술하시오"라는 주관식 시험이 바로 회상으로 파지정도를 측정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한편, 단어목록을 보여주고 그 중에서 지금 외우고 있는 25개의 단어를 골라보라고 하는 것을 재인이라고 합니다. 재인이란 피험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고 이전에 학습한 정보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지선다형 시험문제나 OX문제가 바로 파지를 재인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정보에 대한 기억을 회상으로 측정하는 것보다 재인으로 측정할 때 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재인검사가 회상보다 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이번 시험은 객관식이었는데도 주관식 시험보다 더 까다롭다는 말을 합니다. 재인검사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수, 유사성, 그럴듯함에 따라 난이도에 차이가 생깁니다.

망각의 척도로 삼을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은 재학습입니다. 재학습이란 피험자에게 이전에 학습했던 정보를 다시 외우게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시간 혹은 노력이 절약되었는지를 파지의 정도로 보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를 외우게 하고 기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일정 기간 후에 그 정보를 재학습하게 한 후 얼마나 빨리 그 정보를 외우는가를 측정합니다. 이때 피험자가 보여주는 절약점수로 파지정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3. 망각의 원인

(1) 소멸

주의의 부족이나 효과적이지 못한 부호화로 인해 망각이 일어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잊는 데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망각은 시간경과에 따라 일어난다는 소멸이론이 직관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망각의 기억흔적이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 소멸이론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시간경과 자체보다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어난 일들 때문에 망각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Jenkins와 Dallenbach의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10개의 무의미 철자목록을 외운 후 1. 2. 4 8시간 뒤에 화상검사를 받았습니다. 파지기간 동안 피험자들 중 절반을 잠을 잤고 나머지 절반은 깨어 있었습니다. 소멸이론대로라면 잠을 잤던 피험자와 깨어 있었던 피험자 모두 동일한 양의 망각을 보였어야 하지만, 잠을 자고 있었던 피험자들보다 깨어 있었던 피험자들이 더 많은 망각을 보였습니다. 결국 망각은 시간경과 그 자체보다는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처리해야 하는 간섭적인 정보에 의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간섭

간섭이론은 파지기간 동안 일어나는 여러 정보들 간의 간섭에 의해 망각이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간섭에는 역행성 간섭과 순행성 간섭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이전에 학습한 정보의 파지를 방해할 때 일어나는 간섭을 역행성 간섭이라 하고, 반대로 이전에 학습한 정보가 새로운 정보의 파지를 간섭하는 것을 순행성 간섭이라고 합니다. 

(3) 인출실패

망각에 관한 또 다른 이론은 망각을 인출과정상의 장애로 보는 것입니다. Tulving과 Thomson에 따르면 어떤 정보를 최초에 부호화하는 과정에서 같이 처리되었던 단서정보를 제시할 때 그 단서가 기억의 인출을 돕는다고 합니다. 이때 인출단서와 최초 부호화간의 잘못된 만남으로 생기는 인출 실패가 망각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기억의 효과적인 인출을 돕는 인출단서의 가치는 그 단서가 처음 부호화될 때의 단서와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부호화 특정성 원리라고 합니다. 이 원리는 인출실패로 인한 망각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이 됩니다.

(4) 동기화된 망각

우리가 정신분석학자로만 알고 있는 Sigmund Freud는 어쩌면 정서적 요인이 망각을 일으킬 수 있음을 밝히려고 한 최초의 심리학자일지도 모릅니다. Freud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거나 불안을 야기시키는 기억을 억압한다고 하였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망각하려는 무의식적인 경향성을 동기화된 망각이라고 합니다. 동기적 요인이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다른 증거도 있습니다. 어떤 과제를 완성하기 전에 중단시켰더니 완성했을 때보다 그 과제를 더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Zeigarnik 효과라고 하는데 미완성된 과제를 완성하려는 성취동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잘 풀었던 문제보다는 풀지 못했던 문제가 더 잘 기억나는 것을 보면 이러한 기억의 동기적 특성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많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심리학 중 망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흥미로운 주제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