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생리학은 뇌의 다양한 부분이 상호작용하여 정보를 처리, 저장 및 취득하는 복잡한 과정을 포함합니다. 구체적으로 해마는 기억의 형성과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뉴런 간 연결의 강도인 시냅스 가소성이 기억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생리학적 과정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며 오래된 기억을 남길 수 있습니다.
기억과 관련해서 뇌에서는 어떤 생리적 과정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신경회로가 변화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요? 우리의 뇌에는 기억이 일어나는 특별한 위치가 있을까요?
1. 신경과정의 변화
기억을 논의할 때 인지적 수준에서는 단어와 문장과 같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생리적 수준에서는 뉴런들이 활동전위를 통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신경충동은 어떻게 정보로 번역되어 기억되는 것일까요? 한 가지 가능성은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여 발화되는 뉴런들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뉴런군이 발화되는 것은 뇌에서 그 자극이 처리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자극이 뉴런들 간의 연합을 강화시킨다는 여러 유형의 증거들이 있습니다.
(1) 뉴런의 전기적 변화
하나의 뉴런이 계속해서 자극을 받을 때 그 뉴런의 신경흥분성이 증가되어 오래 지속됩니다. 이런 뉴런의 반응양식 변화를 장시상승작용이라고 부릅니다. 쥐의 뇌 한 부분에 강한 자극을 주고 인접부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측정하였는데 장기상승작용은 한 뉴런의 발화율을 한 달 가까이 증가시켰습니다. 동일한 신경회로상의 신경흥분성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반드시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장기기억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장기상승작용은 매우 장기간 지속되는 기억을 형성하는 신경과정상의 초기단계일지도 모릅니다.
(2) 뉴런의 해부학적 변화
경험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실험들이 있습니다. 그런 실험결과를 보면 풍부한 환경에서 길러진 동물의 뇌는 개별적인 시냅스 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냅스의 수도 증가함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경험은 시냅스 소낭의 밀도와 시냅스 종말부의 크기를 증가시킵니다.
경험이 뇌구조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그런 변화가 기억의 기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Rosenzweig는 경험에 의해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차단하는 약물이 장기기억형성을 막는다고 하였습니다. 단백질 합성과 신경막의 성분을 억제하는 이런 약물들은 단백질 합성이 기억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3) 단백질 합성과 기억형성
쥐에게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사하면 장기기억형성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학습은 기억에 중요한 뇌구조물 내의 특정한 단백질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 실험에서 토끼에게 소리가 나면 눈을 깜박이도록 고전적 조건화 훈련을 시켰더니 인간의 기억형성에 관련 있는 뇌구조의 하나인 해마에 있는 protein kinase C라는 효소가 증가하였습니다. 이처럼 기억은 심경과정상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기억의 생리적 기초를 탐구하는 다른 방법은 기억에 어떤 역할을 하는 특정한 뇌구조물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2. 뇌구조상의 위치
우리는 기억이 뇌에 저장된다면 그 위치는 어디일까요? 기억에 관계하는 뇌구조의 영역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해마입니다. 해마를 포함한 측두엽 절제수술을 받았던 H.M.이라는 간질환자는 수술을 받을 후 더 이상 새로운 장기기억을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즉, 수술 전의 경험은 기억할 수 있었으나 수술 후에는 불과 몇 분 전의 새로운 경험도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H.M. 의 오래된 기억들이 수술 후에도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해마가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가 아님을 뜻합니다. 만약 해마가 기억저장 장소였다면 아무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억형성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해마가 새롭게 형성되는 기억들을 저장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해마가 기억과 관련된 유일한 뇌구조는 아닙니다. 두정엽, 전두엽과 시상영역들과 같은 뇌구조들이 손상되어도 기억결함이 나타납니다.
3. 기억응고화 가설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장기기억으로 확실하게 굳어지기 전 일정 기간 동안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즉 정보가 장기기억에 응고화 되는 안정된 시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억의 응고화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머리에 외상을 입을 교통사고 환자들이 흔히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난 사상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역행성 기억상실증을 보인다는 사실에 의해 지지되고 있습니다. 이 기억응고화 가설에 따르면 사고의 외상이 사고를 당하기 전의 기억흔적의 응고화를 방해하여 기억상실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역생성 기억상실증은 심한 우울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정기충격치료를 받은 사람들에게도 일어납니다. 환자들은 전기충격이 주어지기 직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응고화가 일어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교통사고 환자와 전기충격치료 환자의 예를 보면, 외상을 입기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응고화 시기가 짧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 의하면 응고화가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Squire, Slater 및 Chase는 환자들이 전기충격치료를 받기 1~2년 전에 방영되었던 TV 프로그램들은 기억하지 못했으나 그보다 훨씬 이전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들은 기억하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장기기억은 경험을 한 후 급속하게 형성되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외상에 의해 방해받기 쉬운 것 같습니다. 수많은 뇌의 생화학적 과정, 신경과정, 해부학적 구조들이 기억에 관련되어 있는 것 같지만 기억은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억의 생리적 기초를 완전히 설명하기란 힘든 상태입니다.
오늘은 기억의 생리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심리학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소중한 도구입니다. 오늘 다뤘던 주제가 여러분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지 : 세상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데 필요한 과정 (0) | 2024.04.11 |
---|---|
중다기억체계와 기억향상법 (0) | 2024.04.09 |
망각 : 우리 뇌의 정보처리 과정의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 (0) | 2024.04.08 |
기억의 접근성과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의 인출 (0) | 2024.04.06 |
거대한 도서관에 책을 집어 넣는 정보의 저장(2) (0) | 2024.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