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란 사람들이 논항들을 평가하고 생성하는 과정을 지칭합니다. 추리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 이해하려면 심리학과 논리학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19세기까지 논리를 연구하는 것은 곧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수학자인 Boole은 논리적 계산에 관한 그의 저서에 [사고의 법칙에 관한 탐구]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인간이 항상 논리학에 나오는 규정대로 사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논리적 사고의 오류들은 인간이 지닌 논리적인 정신 기계가 고장 난 탓이라고 간주하였습니다.
오늘에 와서는 사람들이 매우 쉽게 추리의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많아서 인간의 마음이 사실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추리연구의 근본이 논리적인 마음의 작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1. 연역추리
연역체계에서는 한 논항의 전제로부터 결론까지 확실성을 가지고 추리할 수 있습니다. 연역추리의 잘 알려진 예가 삼단논법의 분석입니다. 하나의 삼단논법은 두 개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음을 살펴보세요.
모든 심리학자는 현실주의자이다.
세종대왕은 심리학자이다.
그러므로 세종대완은 현실주의자이다.
이 논증에서 모든 심리학자가 현실주의자인지, 또는 세종대왕이 심리학자인지를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역추리에서는 전제들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들이 논리적으로 결론을 함축하는지의 여부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세기까지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삼단논법을 평가하는 능력이 인간 합리성의 기본적인 측면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니 심리학 연구들은 사람들이 삼단논법 과제에서 많은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삼단논법 과제에서 오류를 범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Woodworth와 Sells는 분위기효과 가설을 제안하였습니다. 분위기효과 가설은 삼단논법에 쓰이는 전제들의 형식이 결론의 형식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예측합니다. 즉, 두 개의 전제가 '모두'를 포함하고 있으면 '모두'을 포함하는 결론을 긍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두 개의 전제가 '어떤'을 포함하고 있으면, '어떤'이 포함된 결론을 긍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부당한 삼단논법을 받아들입니다.
어떤 심리학자는 현실주의자이다.
어떤 현실주의자는 철학자이다.
그러므로 어떤 심리학자는 철학자이다.
또한 긍정전제에서 긍정결론을, 부정전제에서 부정결론을 받아들이며, 헌제들이 뒤섞이면 부정결론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심리학자도 현실주의자가 아니다.
모든 현실주의자는 철학자이다.
그러므로 어떤 심리학자도 철학자가 아니다.
분위기효과 가설은 삼단논법 추리에서 주요 경향을 포착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지만 삼단논법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모두 다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적절하지 않은 논리적 변형을 수행하는 경향성 때문에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모든 A는 B이다'를 듣고 대칭적인 것으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모든 A는 B이고, 모든 B는 A이다'라고 전환시킵니다. 이런 타당하지 못한 전환이 타당하지 못한 결론을 유도합니다.
2. 귀납추리
귀납추리는 주어진 사례가 기술하고 있는 정보로부터 어떤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거나 가설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Burton은 귀납법이란 특수한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으며, Anderson은 연역추리란 어떤 진술에서 다른 진술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데 비하여, 귀납추리란 관찰에서 어떤 진술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다음의 세 전제를 살펴봅시다.
연속된 숫자에서 첫 번째 숫자는 1이다.
연속된 숫자에서 두 번째 숫자는 3이다.
연속된 숫자에서 세 번째 숫자는 7이다.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한 가지 가능한 결론은
연속된 숫자에서 네 번째 숫자는 15이다.
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n번째 숫자는 2n-1이다.
라는 결론은 전체적인 연속을 잘 서술해 주기 때문에 더 그럴듯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옳은 결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의 세 가지 전제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를 수도 있습니다.
n번째 숫자는 n2-n+1이다.
n번째 숫자는 (n-1) 번째 숫자보다 2(n-1)만큼 더 크다.
만약 이 결론이 옳다면 네 번째 숫자는 13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세 개의 전제는 어느 규칙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이것이 귀납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귀납에 의한 결론은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단 가능한 결론들을 찾았다 해도 그중 어느 것이 최선의 것인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귀납추리 과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가설과 증거가 모두 주어지는 경우입니다. 즉, 주어진 증거를 이용하여 가설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가설적-연역적 방법입니다. 가설적-연역적 방법에서는 주어진 가설에서 함의를 연역해 내고, 그런 함의들의 진위여부를 점검합니다. 가설의 함의가 참이라면 가설은 지지되고, 그렇기 않으면 기각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를 할 때 처음부터 가설이 주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연구자가 가설을 스스로 생성해 내고 생성해 낸 가설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귀납추리 과제의 두 번째 유형입니다.
가설형성에 대한 대표적인 실험 예가 스무고개 과제입니다. 실험자는 피험자들에게 세 개의 숫자를 보여주고, 이 숫자들이 단순한 관계규칙을 따르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피험자들의 과제는 규칙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피험자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이 규칙에 따라 세 숫자 시리즈를 만들어내면, 실험자는 피험자의 숫자 시리즈에 대해 피드백을 줍니다. 이 규칙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서면 규칙을 말합니다. 이 예에서 맞는 규칙은 '크기가 증가하는 순서대로 배열한다'입니다. 그러나 피험자들은 좀 더 제한된 가설을 만들어 거기에 몰두한느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2씩 증가하는 숫자, 가운데 숫자는 다른 두 수의 평균입니다. 서로 매번 같은 수를 더하면 다른 숙자가 된다'와 같은 가설을 만들어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피험자들이 어떻게 가설을 검증하느냐는 것입니다. 주로 피험자들은 자기의 가설이 맞다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 가설에 일치하는 시리즈들을 계속 만들었습니다. 자기의 가설을 반증할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들어보거나 자기의 가설을 자발적으로 변경시킨 사람의 거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자기의 가설을 확증하는 증거만을 찾고 그렇지 않은 증거들을 무시하는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은 심리학 실험실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닙니다.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일치하지 않는 여러 자료들을 무시하였으며, 뉴턴 이론가들은 천왕성과 같은 혹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결코 자가들의 이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설이 단 한 번만 부정되도라도 이것은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가설을 확증하는 증거가 아무리 많더라도 가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확증편향 현상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큰 인지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별표는 더하기 기호 위에 있다'라는 문장에 대한 진위판단에 걸리는 시간보다 '더하기 기호는 별표 위에 있지 않다'라는 문장에 대한 진위판단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둘째, 가설을 바꾸는 것은 이전 가설과 일치하는 정보를 계속하여 얻는 것보다 인지적 노력이 더 많이 요구됩니다.
셋째, 자기 충족적 예언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어떤 아동을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 그 아동에게 충분한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게 되고, 따라서 높은 수행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이 예언에 따르면 이론이 옳다고 믿는 과학자는 확정적인 증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할 것입니다.
연역추리와 귀납추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심리학의 세계는 깊고도 넓어, 항상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공유한 심리학적 인사이트가 여러분의 개인적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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