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이란 불확실한 사상의 가능성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은 추리나 문제해결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습니다. 추리도 의사결정처럼 정보를 음미해 보고 결정을 내리지만 확실성을 요구합니다. 반면에 의사결정에서는 주어진 정보가 참 혹은 거짓이 아니라 불확실하며 정보가 빠져 있거나 불완전한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해결에는 언제나 의사결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은 가능한 선택지들 중에서 선택하는 데 초점이 있는 반면에 문제해결은 가능한 행위를 생성해니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즉, 의사결정은 가능한 모든 해결들을 이미 알고 있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험실에서 의사결정실험을 할 때는 피험자들에게 대안들을 제시하여 대안을 생성해 내는 부담을 없애고, 이들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의사결정의 실패와 결함을 입증해 주는 예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1985년, 매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추위 때문에 부스터 로켓의 O형 고리들 간의 이음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발사되었습니다. 뒤이은 챌린저호의 비행 중 폭발로 전 승무원이 사망하였습니다. 1987년, 전운이 감도는 페르시아만 근해를 항해하던 미군함 빈센트호의 승무원은 레이더에 나타난 신호를 적 전투기로 잘못 판단하였습니다. 실제로 그 항공기는 이란의 민간여객기였으나 방어미사일 발사를 결정하여 290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다른 행위를 선택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비극이었기 때문에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들입니다. 그러나 유용한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의사결정이 실제로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본질을 상세히 검토해야만 합니다.
1. 선택모형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선택지들이 여러 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속성 중 한 가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대안을 제거해버려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속성들이 매력적이니까 계속 고려할 적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입 가격이 비싸고 연료소모량도 높지만, 안락한 승차감과 널찍한 공간 때문에 중형승용차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매력적인 속성이 비매력적인 속성을 보상하는 의사결정모형을 보상모형이라 부릅니다.
다음에 신혼방을 구하는 예를 들어 보상모형을 살펴봅시다.
길동이는 결혼날짜를 잡고 신혼방을 구하러 다니다가 아주 마음에 드는 아파트 두 곳을 발견하였습니다. 우선 각 아파트가 갖는 단점과 장점을 체계적으로 나열하였습니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속성들을 먼저 열거하고 나서 각각의 속성을 -3(매우 싫음)에서+3(아주 마음에 듦)까지 7점 척도를 사용하여 점수를 평정하였습니다.
아파트의 여러 가지 속성에 대한 평정을 합한 결과, 기러기아파트가 길동이에게는 최상의 선택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모든 속성들이 동일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길동이 입장에서는 특정 속성이 다른 속성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동이는 날씨가 매우 더운 곳에 살고 있으며 직장까지 걸어서 통근해야 한다면 다른 속성보다 직장까지의 거리가 매우 중요한 속성이 됩니다. 만약 이 속성이 다른 속성보다 두 배 정도 중요하다면 직장까지 거리평정점수에 2를 곱합니다. 그러면 백조아파트는 +7, 기러기아파트는 +5가 되어 길동이가 선택해야 하는 아파트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정확한 의사결정체제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비보상모형을 사용합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전략은 속성에 따른 선택 안 축소이다. 이 경우에는 어떤 선택이 다른 준거에서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한두 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제외시켜 버립니다.
승용차를 구입하는 경우를 예로 살펴봅시다.
숙희가 승용차 구입에 쓸 수 있는 돈이 1500만 원 정도라면 1500만 원 이상이 되는 승용차들은 제일 먼저 제외될 것입니다. 또한 연료소모량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리터당 15km 이상을 주행할 수 없는 차들은 제외하게 될 것입니다. 속성을 계속해서 선택하고 최소한의 준거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차들을 제외함으로써 숙희가 생각하는 준거를 모두 만족시키는 승용차가 남을 때까지 계속하여 대안을 제외할 것입니다.
비보상모형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평가순서입니다. 이 전략에 따른 최종선택은 속성들이 평가된 순서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숙희가 차의 가격을 마지막에 평가한다면 1500만 원 이하의 차를 의사결정 초기에 모두 제외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전략은 아무런 계산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 사람들은 보상모형과 비보상모형을 혼합하여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대안과 준거가 많이 있을 때는 비보상모형을 써서 선택지를 줄여나가, 대안이 몇 가지로 좁혀지고 무도 여러 가지 준거에서 평균정도가 되면 보상모형을 채택합니다.
2. 확률추정
길동이의 의사결정에 불확실성 수준은 낮은 편입니다. 아파트에서 직장까지 거리는 변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만약 조용한 이웃사람이 이사 가고 헤비메탈 음악 연주자가 이사온다면 소음 수준이 엄청나게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매우 큰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1979년 6월경, 미국의 과학실험위성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를 향해 돌진할 것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NASA의 우주정거장 Frosch는 이 위성에 의해 지구상의 사람이 다칠 확률과 다치지 않을 확률의 비가 1:152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덧붙여서 과학실험위성이 지구에 재진입하게 될 날짜는 6월 27일에서 7월 21일 사이라고 예측되며 7월 9일 이전에 진입할 확률은 반반이고, 어디로 재진입할지에 대해서 현재 밝힐 수 있는 것은 위도상 50도 이내일 것이라는 것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범위 내에는 미국 전체, 아프리카 전체, 캐나다의 대부분, 남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의 대부분이 포함됩니다.
이와 같이 인간생명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확률추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Kahneman과 Tversky는 확률추정이 발견법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발견법 중 대표적인 의사결정전략이 가용성과 대표성입니다.
(1) 가용성
가용성은 가설의 예 혹은 가설 자체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용이성의 정도를 의미합니다.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 흔히 기억에서 가장 쉽게 인출해 낼 수 있는 정보를 기초로 하여 이 정보가 부정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Tversky와 Kahneman은 피험자들에게 k로 시작하는 영어단어와 단어의 3번째 철자가 k인 영어단어의 비율을 추정하게 하였습니다. 피험자들은 세 번째 위치에 k가 있는 단어들보다 k로 시작하는 단어들의 수가 더 많다고 추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세 번째 위치에 k가 있는 단어가 k로 시작되는 단어의 세 배나 됩니다.
여러 가지 사망원인들의 상대적인 빈도를 판단하도록 하였을 경우, 대중매체에서 별로 취급되지 않는 당뇨병, 천식 등의 빈도는 과소평가되는 반면,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살인, 암, 사고 등의 빈도는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사람들의 판단이 구체적인 사례들을 얼마나 손쉽게 회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편향되기 때문입니다.
(2) 대표성
Tversky와 Kahneman은 대학생들에게 '깨끗하고 말쑥한', '우둔하고 기계적인' 그리고 '신통찮은 작가'라고 묘사된 학생이 전자계산학 전공인지 인문계열 전공인지를 선택하게 하였습니다. 그 학교 학생의 80% 이상이 인문계열 전공이라는 것을 말해준 다음에도 90% 이상의 학생이 전자계산학을 선택하였습니다.
이처럼 사례가 해당 범주에 얼마나 대표적인지 검사하는 것을 대표성전락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그 사례가 대표적인 것으로 간주될까요?
첫째, 사람들은 사례의 특징이 모집단이 가지고 있는 주요 특징과 유사할 때 대표적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흔히 동전 던지기와 같이 표본의 상대적 빈도를 추정할 때, 실제 확률을 사용하는 대신 대표성에 기초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여섯 번 동전을 던질 때 앞면-앞면-앞면-앞면-앞면-앞면이나 뒷면-앞면-앞면-뒷면-앞면-뒷면이 일어날 확률은 모두 1/64인데도 후자가 더 잘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둘째, 무선적인 것같이 보이는 것이 질서 정연한 것보다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적분문제를 풀어본 결과, 답이 33333이면 너무 반듯하여 무언가 틀린 것 같고 34125라면 좀 더 안심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 대표성 발견법을 사용하면 확률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성만을 따지고 다른 정보들을 무시하게 되면 표본의 크기를 무시하거나 사전확률을 무시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오늘은 추리나 문제해결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해결에 대해 포스팅하였습니다. 이 이론이 여러분의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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